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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읽을수록 빠져드는 생각독서 - 김경진

 내가 책을 제일 많이 읽었던 시기는 군복무시절이었던 것 같다.

운전병이었던 특성상 외부 출입이 잦았고, 외부 운행을 나가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간을 메우기 위해서 책은 좋은 친구였다.

 

 주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부대 내 도서관에 있는 책 중 잡히는 책들을, 시리즈를 읽었다. 그런 정도의 책읽기가 제일 피크였고, 나이가 들면서는 책이 그리 가깝게 있지 않았다.

 

 주변에서, 회사에서 소개하고 선물해주는 책들을 읽어내가도 벅찰 때가 많았다.

그러다 내 손에 쥐어진 책, '읽을수록 빠져드는 생각독서'.

 

 '독서에 관한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독서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책이라는 매체를 대하는 작가의 자세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책은 지식을 사람의 글로 정리한 미디어다. 그래서 나는 주로 책을 속독하면서 책속에서 건질 것들만 읽어왔나 보다.

 

 그런데 이 책은,

 작가가 지식을 단순히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가진 것이라고 얘기한다.

책이 10의 지식을 주지만, 작가는 50 이상의 지식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그 여정을 어떻게 준비하고 체득하는지를 책은 잘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책읽는 법을 따라가도록, 책속 지식여행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책에서는 12권의 책에 대한 내용을 작가가 가이드한다. 인문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수필집, 사진집도 있다. 

그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작가는 호기심을 발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고, 그것을 책과 엮고, 엮인 지식은 다시 새로운 궁금증을 남기며 다음 여정의 책이 정해지기도 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책, 이 책은 내가 봤던 영화의 원작이었다. 'Contact', 원래 영화제목은 'Arrival'이다. 영화를 두 번이나 봤지만,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뭔가 풀리지 않았던 것들이 많았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 궁금증들을 풀어나가는 열쇠를 주었다. '시간'. 시간의 차원에 대해서 영화를 보면서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시간적 편집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그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옥에서 풍경놀이를 즐긴다>라는 책에 대한 내용이다. 

 평소 한옥에 대해 관심이 조금 있었던지라 이 책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차경의 원리, 한옥은 자연 속에 지어져서 자연의 경치를 집안으로 빌려와서, 내 집의 정원인양, 내 뒷산인양, 내 집의 연못인양 자연을 사용한다는 것.

 전통 한국정원을 표현하기 위해 지었다는 용인의 '희원'이 떠올랐고, 희원의 어느 정자에 앉아보면 앞산도, 호수도 집안에 들어와 있는, 내집 정원이고 내집 호수인 듯한 경치를 보여주는 그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렇듯 이 책은, 책의 내용은 작가가 전하려는 텍스트가 모두 담긴 것이 아닌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책을 쓰는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정제하고 또 정제하여, 좋은 단어와 표현으로 구성하여 전달하려 하지만, 작가 자신의 모든 생각을 전달하기에는 언어라는 매체가 불완전하기도 하고 불충분하기도 하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렇게 작가의 생각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독자도 그 의미를, 표현을, 지식을 찾아 망망대해 지식의 바다에 작가의 네비게이션으로 새로운 지식을 찾아 떠나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독서법에 대해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고, 앞으로 책을 읽을 때에는 뭔가 영향을 받아 책읽는 방법이 조금 좋은 쪽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 살이라도 어릴 때에 이런 습관을 배웠다면, 훨씬 더 많은 지식을 독서를 통해 배웠을 것 같고, 그러한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인류문명 또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